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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리산 바람꽃

서정 2012-03-24 22:22:12 2


더딘 그늘로
그해 묵혀 놓았던 낙엽 속 서랍에 고이 저장되었다가
바람으로 날려 당신은 꽃으로 오셨습니까

 


나지막한 능선으로
생명을 잉태해 싹을 피우고
더듬지 않아도 하얗게 피우셨는지요


 


궁금합니다
흉흉한 바람 속을 뚫고도 바람꽃은
가냘프게 서성이지만 오롯이 서 있지 않습니까


 


그 모습처럼 피고 싶습니다
외로워도 외롭지 않을 차마 말도 못할 처지라도 꼭 껴안아
당신과 동행이고 싶습니다


 


또 처연한 이별을 맞이해야 하는지요
눈꽃을 뚫고 손끝으로 매달려 오금이 저릴 만큼
또 봄을 코앞에 놓고 내년에 당신을 기다려야 하나요


 


이곳 수리산에 한바탕 바람으로 오셨나요
코앞에 냄새를 못 맡을 만큼 넘 여려서 만지지 못하겠는 걸요
봄비 오고 나면 꽃 피날 머잖은데....   


 


수리산 바람꽃-김남희